서울 용산경찰서는 14일 오전 7시쯤 한강대교 아치 구조물 위에 올라가 ‘남성 법과 제도 다 바꾸자’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농성을 벌이다 6시간 만에 철수한 전모(49)씨를 옥외광고물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이날 아침 7시께부터 6시간 동안 한강대교 아치 위에 올라가 농성을 벌여 출근길 체증을 유발했다. 전씨는 이날 오후 7시쯤 약 5시간가량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들에게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유독 남성들과 관련한 법과 제도가 30년 전에 묶여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와 사회가 남성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아 내가 불가피하게 행동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가 불만이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씨는 군대라고 답했다. 전씨는 “가장 시급한 건 남성들 군대 문제”라며 “남성들은 의무로 군대를 갔다 와야만 사회생활도 가능하고 공직에 진출할 수 있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정씨의 정신병 이력이나 전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충동적으로 농성에 나서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 성재기씨가 대표로 있던 남성연대가 출범하고 몇 년 뒤인 2010년 무렵에 (남성 역차별)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오늘 농성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08년 설립된 남성연대는 ‘한국 사회는 여성가족부 및 여성단체의 페미니즘 때문에 남성에게 불리하다’며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무고, 이혼 등에 대한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한 남성 인권 단체다. 성 전 대표는 지난 2013년 재정난을 호소하며 한강 투신 퍼포먼스를 하다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는 성 전 대표의 뒤를 잇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면 관련 단체를 만들어 활동할 생각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7시께 전씨는 흰색 안전모와 고글, 붉은색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확성기와 소화기를 들고 다리 구조물 위에 올라갔다. 전씨는 다리 아치에 ‘세상은 달라졌다. 남성 관련 법과 제도 다 바꾸자’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건 채 확성기를 통해 경찰에게 “언론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기자들을 불러 다리 위에서 생방송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위기협상팀을 투입해 전씨와의 대화 시도에 나섰으며, 소방당국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현장에 에어 매트를 설치하고 수난구조대를 출동시켰다. 이 농성으로 인해 출근 시간을 비롯해 이날 오전 용산에서 노량진 방면으로 향하는 한강대교 4개 차로 중 2개 차로가 통제되면서 차량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