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국내 생산공장이 10일 ‘셧다운(가동중단)’됐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가동중단은 1997년 외환위기 때 부품업체 만도기계가 부도 처리되면서 현대차 공장까지 일제히 멈춰섰던 ‘만도사태’ 이후 23년 만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초래한 중국 내 부품생산이 지난주부터 재개되면서 일부 물량이 배와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비는 넘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 현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아직도 누그러들지 않아 사태가 어떻게 급변할지, 완전 정상화까지 얼마나 걸릴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중국에서 생산된 자동차 부품 ‘와이어링 하니스’가 화물기 2편을 통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배편으로도 2척이 인천항과 평택항에 각각 입항했다. 정확한 물량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기 차종 생산에 우선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렇게 도착한 부품과 국내 및 동남아에서 생산된 부품으로 11일부터 현대차 울산2공장과 기아차 화성공장 등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재개한다고 이날 밝혔다. 주문이 밀린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V80, K5 등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나머지 공장들은 12일부터 차례로 가동을 재개한다. 현대·기아차는 12일에는 국내 모든 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순차적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먼저 팰리세이드 등을 생산하는 울산4공장 1개 라인과 그랜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 공장이 12일 재가동된다. 13일엔 코나, 벨로스터 등을 만드는 울산1공장 외 2곳, 14일엔 아반떼와 베뉴 등을 만드는 울산3공장이 열린다. 제네시스 G90·80·70이 생산되는 울산5공장 1라인은 17일에야 재가동된다. 쏠라티와 카운티를 비롯해 대형버스를 생산하는 전주공장의 경우 재고 소진으로 11일 가동을 마친 뒤 12일부터 20일까지 휴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아차의 경우에도 12일엔 광주1공장, 14일엔 광주2공장과 소하리공장의 가동을 재개하지만, 봉고 등을 생산하는 광주3공장은 14일까지 휴무하고, 노사가 이후 상황에 따라 가동 여부를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중국 현지 공장 상황도 호전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하는 중국 내 15개 지역의 공장 40곳 가운데 37곳이 가동을 재개했다. 평균 출근율은 50% 안팎으로 낮지만 차츰 늘어날 것으로 현대차는 예상했다.

이와 함께 쌍용차도 예정대로 12일까지 휴업한 뒤 13일부터 평택공장을 가동하고, 르노삼성차도 14일까지 휴업한 뒤 17일부터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우선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지만, 완전 정상화는 현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마음을 졸이고 있다.

현대차는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과 함께 중국 지방정부 등에 공장 재개 협조를 요청해왔다. 중국 지방정부 측은 확실한 방역 대책 등을 전제로 공장 가동을 허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근로자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는 등의 사태엔 공장을 다시 닫아야 하는 비상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와이어링 하니스 외 다른 부품 공장도 이러한 변수를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 셧다운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내일 중국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정상화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선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황에 큰 변화가 없다면 다음주 초쯤 정상화 수준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