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관계 개선 구상과 관련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이 정체된 현시점에서는 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뜻을 설명하고, 북한 비핵화 협상과 보조를 맞춰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정도의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강 장관은 13일 회담이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에 앞서 취재진에게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지 꽤 오래됐다. 전화는 있었지만, (만난 지) 몇 달 돼서 현안 얘기할 게 많다”며 “북한 문제나 양자 현안, 최근 중동 정세 등에서 포괄적 협의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호르무즈 호위 참여) 문제에 대해선 정부에서 검토 중”이라며 “미측의 지금 생각을 들어보고, 이번에 나눈 얘기가 (정부 결정에) 참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은 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올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뒤 처음으로 두 장관이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다. 미국도 현재 정부가 갖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 구상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독자 제재뿐만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관련해서도 핵심적인 발언권을 갖고 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협상과 보조를 맞춘다’는 기본원칙을 전격적으로 바꿀 만큼의 언급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외교가의 분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사업 추진에) 중요한 것은 비핵화 협상이 진전돼 각 남북 사업의 제재 해당 여부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남북 사업은 대부분 제재의 경계선에 있는 것이어서 비핵화 협상 추진 경과에 따라 미국 혹은 국제사회와의 ‘협조’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많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는 대량 현금 유입 여부에 따라 제재 위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어떤 방식으로 경계선을 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과의 협의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원론적 결론이 나오더라도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협의에 관심이 모이는 건 이 때문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주 미국 방문 뒤 남북사업 구상과 관련된 협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차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도 이날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한·일회담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도 성사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외교장관회담에서는 같은 날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6차 회의와 함께 중동지역 정세, 호르무즈 파병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정은보 수석대표는 이날 워싱턴으로 출국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한·미 간 여전히 입장차가 있지만 일정 정도의 진전도 이뤄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