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관련 분쟁조정이 이르면 이달 말 본격화할 전망이다. 해당 펀드를 판매한 은행권도 투자자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환매 중단을 발표한 이후 지난 10일까지 분쟁조정 민원이 100여건 접수됐다.

앞서 지난해 7월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환매가 잇따르자 라임자산운용은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무역금융 펀드로 불리는 ‘플루토 TF-1호’ 3개 모(母)펀드에 투자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자(子)펀드 환매를 중단했다.

해당 사모펀드의 실사보고서가 나오고 펀드의 손실액이 확정되면 금감원은 본격적으로 분쟁조정 절차에 들어간다. 현재 사모펀드를 실사 중인 삼일회계법인은 라임자산운용의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거나 잠적해 실사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사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실사보고서는 이르면 이달 말쯤 나올 예정이다.

분쟁조정 과정에서는 불완전판매를 특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감원은 대규모 손실을 낸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40∼80% 수준의 배상비율을 제시했다. 다만 초고위험 상품인 DLF에 비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는 위험도가 낮다.

금감원 관계자는 “초고위험 상품인 DLF를 잘 모르는 사람한테 가입시켰다는 점에서 부당 가입이라는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라임자산운용 자펀드의 경우 위험도가 3∼4등급이라 다를 수 있다”며 “3∼4등급 상품인 경우 고객이 이해하기가 어려운 건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힘든 상황인 만큼 상품 구조부터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라임자산운용과 판매사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 데 이어 판매사들도 라임자산운용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판매사 공동대응단은 우리·신한·KEB하나·IBK기업·부산·경남은행과 KB·대신·NH농협·신영·삼성증권 등 16개 은행·증권사로 구성됐다.

공동대응단은 회계법인 실사와 금감원의 검사 결과 라임자산운용의 위법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 형사 고소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처를 하기로 했다. 공동대응단은 라임자산운용이 부실의 징후를 알고도 판매사에 판 건 아닌지, 펀드 수익률을 좋게 보이려고 부정한 수단을 쓰지 않았는지 의심하고 있다.

한편 라임 사태의 여파로 국내 사모펀드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국내 사모펀드 설정액은 411조2522억원으로 지난해 연말의 412조4090억원보다 1조1568억원 줄었다.

국내 사모펀드 설정액은 2005년 말 80조6000억원에서 2018년 말 333조219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매월 평균 6조6000억원씩 총 79조원이 늘어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겼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업계 1위인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상환과 판매를 중단하면서 사모펀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사모펀드 수탁액이 크게 줄어든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사모펀드의 적격 투자자 요건을 강화하는 규제안이 시행되면 사모펀드 판매와 운용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