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철저한 성과주의에 기반한 인사를 단행했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 대표에 강신호 총괄부사장,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 겸 그룹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에 차인혁 부사장을 각각 내정했다고 30일 밝혔다.

CJ올리브영 구창근 대표, 스튜디오드래곤 최진희 대표, CJ대한통운 윤도선 SCM 부문장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58명에 대한 승진 인사도 단행했다. 재무 악화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만큼 승진 임원수는 30% 가량 줄였다. 오너가 중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사외인 정종환 부사장이 유일하게 승진했다.

CJ 관계자는 “내년은 그룹의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해로 사업별 초격차 역량 확보 및 혁신성장 기반을 다질 중요한 시기”라며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이번 임원 인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CJ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수장은 강신호 총괄부사장이 맡았다. 강 신임 대표는 지난해부터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지내며 비비고 브랜드의 확산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K푸드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하고, 가정간편식(HMR) 등 국내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강 대표는 실적부진과 재무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극복해야할 큰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전력을 보면 기대감을 갖게 한다. 강 대표는 2014년 CJ프레시웨이 대표를 맡았을 때 1년 만에 사업구조 개선을 통해 영업이익을 3배 이상 올려놓고, 14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도 흑자로 돌려놓은 전력이 있다. 2016년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장으로 이동한 후 그해 CJ제일제당은 식품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1.1% 증가하기도 했다.

차인혁 신임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는 그룹의 IT 신사업 추진을 맡는다. 차 대표는 SK텔레콤 IoT사업부문장과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단장 등을 지내고 올해 9월 CJ에 영입됐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에서 IT컨설팅과 시스템통합(SI), 데이터센터, 모바일서비스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또 그룹 내 IT사업 전반을 총괄하면서 유통과 제조 외 새로운 사업 분야를 찾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 4월 헬스뷰티(H&B) 부문을 분할하고 이중 IT 부문을 CJ지주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당시 회사 측은 사업 전문성 제고를 통한 경영 효율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차 대표는 이 같은 그룹의 기조에 따라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CJ올리브영 구창근 대표이사는 토종 H&B 스토어인 올리브영의 지속 성장을 이끌고 중소 화장품업계와 상생의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튜디오드래곤 최진희 대표이사는 ‘호텔델루나’·‘아스달 연대기’ 등 히트 드라마를 내놓은 점을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CJ 여성 임원 가운데 내부 승진으로 부사장에까지 오른 사례는 최 대표가 처음이다.

오너가 중에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위이자 이경후 CJ ENM 상무의 남편인 정종환 CJ 상무가 부사장 대우로 승진했다. 2017년 말 이경후 상무와 함께 상무로 승진한 지 2년만이다. 정 부사장은 CJ 글로벌인터그레이션 팀장이자 CJ 미주본사 대표를 맡게 된다.

정 부사장은 2010년 CJ 미국지역본부에서 입사했고 2018년 3월 상무 대우로 승진하며 임원이 됐다. 이후 8개월 만에 상무로 승진했고 이번에 부사장 대우가 됐다.

반면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상무와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부장은 마약 밀반입 사건이, 이 상무는 ‘프로듀스 101’ 투표 조작 논란 등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CJ그룹은 그동안 10월 말 늦어도 11월에는 정기 인사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주요 계열사의 실적 악화와 CJ ENM의 ‘프로듀스 101’ 투표 조작 논란 등으로 발표가 늦어졌다. 또한 최근 채무급증에 따른 재무 악화로 알짜배기 자산을 매각하는 그룹 분위기도 인사 지연에 한 몫을 했다.

CJ그룹은 최근 2년간 미국 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 등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채무가 급증해 재무상황이 악화됐다. 한동안 외연을 넓히기보다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그룹 경영의 중점을 둬왔다. 올해 CJ헬로와 투썸플레이스를 잇따라 매각해 1조1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지만 재무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최근 부동산 등 부지매각을 통해 1조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도 그 차원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번 임원 인사에서는 신규 임원이 19명으로 지난해 35명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또 지주사의 기존 실을 없애고 팀제로 전환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인사에 앞서 지주사의 인력 절반 가량인 200여명을 계열사에 재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