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서울과 일부 지역의 고가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전세계약을 하면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탈세 혐의자들을 대상으로 무더기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최근 집값이 상승하면서 A씨처럼 부모나 조부모 등이 증여세를 내지 않고 현금을 물려주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세청은 최근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자금으로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거나 고급 주택에 전세로 거주하는 사례 가운데 탈세가 의심되는 224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2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자는 NTIS(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의 과세 정보와 국토교통부의 자금조달계획서,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을 통해 선정됐다.

조사 대상자를 유형별로 보면 본인 자산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부모 등의 편법 증여로 서울 등지에 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한 30대 이하 사례가 다수 포착했다. 이들은 전체 조사대상의 73%(165명)에 달하며, 이 중 6명이 미성년자다. 현행법상 부모 등 직계존속이 자녀에게 10년간 5000만원(증여재산 공제 한도)을 넘으면 증여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고가의 전세자금을 부모한테서 편법 증여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이 외에 주택·상가 등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실거래가로 쓰지 않고 서로 짜고 업·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거래당사자, 개발 호재 지역 주변 땅을 헐값에 사서 허위·광고로 판매하는 기획부동산 업체 등도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금융조사 등을 통해 조사대상자 본인의 자금원 흐름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부모 등 친인척 간 자금흐름과 사업자금 유용 여부까지 면밀히 추적할 방침이다.

취득한 부동산의 자금원이 유출된 사업자금인 경우 해당 사업체까지 세무조사하고, 차입금으로 자산을 취득했다면 향후 부채상환 과정까지 계속 들여다볼 계획이다.

청와대도 최근 국세청에 고가주택 매매자들의 자금출처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조만간 특정 지역의 초고가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 가운데 자금조달 신뢰도가 떨어지는 경우에는 출처소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