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부터 계속되고 있는 메모리(D램·낸드플래시) 불황의 악조건에서도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패널) 사업 호조에 힘입어 전 분기보다 좋아진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영업이익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반도체의 영업이익이 2016년 2분기 이후 최저로 떨어지며 스마트폰과 비슷한 금액으로 내려갔지만, 내년 2분기께부터는 이 부문이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31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매출은 62조원, 영업이익은 7조7800억원이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10.5% 늘었으나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5.3% 줄었다. 작년 60조원 아래로 내려갔던 매출은 올 3분기 다시 60조원을 넘어섰다. 3분기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였던 작년 3분기(17조5700억원) 대비 55.7% 줄었지만 지난 2분기보다 17.9% 늘었다. 특히 지난 2분기 영업이익에는 일회성 수익(애플이 약속한 패널 주문량을 맞추지 못해 지급한 보상금)이 8000억~9000억원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제외하면 5조원대 후반에 그쳐 이 금액과 비교하면 3분기 영업이익 상승폭이 더욱 두드러진다.

3분기 삼성전자 실적에서 가장 큰 효자는 스마트폰이었다. 3분기 IM(스마트폰·통신장비) 부문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87.2%, 전년 동기 대비 31.5% 늘어난 2조9200억원을 기록했다. IM 부문의 실적이 좋아진 것은 지난 8월 출시된 갤럭시노트10의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중가 모델인 갤럭시A시리즈의 판매 호조도 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 증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갤럭시노트10은 국내에서 출시 25일 만에 판매량 100만대를 넘기며 역대 최단 기간에 100만대 기록을 세웠다. 이는 전작인 갤럭시노트9의 판매 기록을 두 배 이상 앞당긴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휴대폰 8500만대·태블릿PC 500만대를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IM 부문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 3조77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작년 4분기 1조5100억원 △올해 1분기 2조2700억원 △2분기 1조5600억원 등으로 내려가며 삼성전자 실적 부진의 이유 중 하나가 돼왔는데 이번에는 효자가 됐다.

디스플레이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1700억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56% 늘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경쟁으로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형 고객(애플)의 신제품 출시와 갤럭시노트10 등 출시에 따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 증가가 수익 확대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판매가 성수기에 진입했고,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도 잇달아 중소형 디스플레이 가동률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은 3조500억원으로 3조원에 턱걸이했다. 전 분기에 비해서 10.3%,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77.7% 줄어든 수치다. 또 2016년 2분기(2조640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영업이익이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실적이 꺾인 이후 4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 매출이 3분기 17조59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9.3% 늘어나는 등 긍정적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계절적 성수기와 일부 고객의 재고 확대 수요 등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이 약세를 지속함에 따라 영업이익 확대로는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전 부문은 3분기 영업이익이 550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전 분기보다 22.6% 줄었다. TV에서는 QLED, 초대형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었으나 가격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 실적이 3분기에 비해 다소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내년부터 본격화할 5G 이동통신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5G 본격화에 대응해 5G 스마트폰 라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