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이 촉발한 시위가 20주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에서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좌절과 무력감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시위대 가운데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이 최소 9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홍콩의 정치적 불안이 지속하면서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과 청년층이 우울과 불안, 극심한 스트레스의 징후를 보인다고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건 전문가와 시위대를 인용해 보도했다.

홍콩 대학생인 니코 청(22)은 한때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지만 이후 커다란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며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행진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시위 대열에서 빠져나온 경험을 한 후 극심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삶에 지쳤고 이것(자살)이 시위대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 생각했다”며 “죄책감 없이 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5개월째로 접어든 시위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폭력적인 양상이 증가하면서 더 많은 젊은이가 극단적 선택을 이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공중보건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자살 관련 상담 문의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며,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월 이후 최소 9건의 자살이 시위와 직접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홍콩대학 자살예방연구센터 관계자는 시위대 중 상당수인 젊은 학생들이 “시위 상황에서 접하는 충격을 감당하기에 정신적으로 성숙해 있지 않을 수 있다”며 “정신적 충격이 상당히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특히 이들의 자살이 미화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안한 심리 상태에 놓인 시위 참가자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한 여대생이 송환법 철폐와 시위대의 투쟁을 요구하며 아파트에서 투신한 뒤 시위가 더욱 거세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동료인 피터 렁(21)은 “(그에게) 영웅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며 “그것(자살)은 결코 가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