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22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용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한 아주경제 장모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야당이 재촉했던 유 이사장에 대한 법적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KBS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KBS와 개인기자 4명 자격으로 장 기자를 오늘 서울지방경찰청에 명예훼손 혐의로, 기자들에게 악성 댓글을 남기거나 비슷한 메일, 문자메시지를 보낸 성명불상자 14명을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으로 고소했다"고 알렸다.

KBS에 의해 고소당한 장 기자는 지난 15일 '알릴레오'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를 인터뷰했던 KBS 법조팀 여기자 실명을 거론하면서 “검사들이 그 기자를 좋아해 (수사 정보를) 술술 흘렸다. 검사가 다른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해 성희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방송 끝무렵 유 이사장은 논란이 될 것을 의식, "'성희롱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장 기자는 "사석에서 많이 하는 이야기라서. 죄송합니다. 제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불편함을 드렸다면 사과드리겠다"고 했다. 제작진도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당혹감을 느꼈을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수습에 나섰다.

논란이 가열되자 유 이사장은 16일 공식입장을 통해 "해당 기자와 시청자들께 사과드린다"며 "진행자로서 생방송 출연자의 성희롱 발언을 즉각 제지하고 지적해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다"고 사과했다.

이어 "성평등과 인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저의 의식과 태도에 결함과 부족함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며 깊게 반성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성찰하고 경계하며 제 자신의 태도를 다잡겠다"고 엎드렸다.

장 기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부족했다. 여기자가 여성성을 이용해 취재한다는 생각이 그렇게 만연해있었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고 오히려 잘못된 인식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며 생각이 짧았음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남자나 여자나 기자라면 누구나 취재원, 출입처와 친해지려 하고 상대방의 호감을 사려 한다는 취지에서 한 말인데 돌아보니 다른 사람이 상처 입을 수도 있다는 걸 놓쳤다. 상처 입은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유 이사장이 사과했지만 KBS기자협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명백한 성희롱 발언이 구독자 99만명의 채널을 통해 라이브로 여과 없이 방영됐다"며 "발언 당사자는 이 발언이 취재 현장에 있는 여기자들에게 어떤 상처가 되는지 고민해보라"고 비판했다. 또 " 카메라가 꺼진 일상에서는 얼마나 많은 여성 혐오가 스며있는지 반성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KBS여기자회는 별도 성명을 통해 "해당 발언은 여성 기자들의 취재에 대해 순수한 업무적 능력이 아닌 다른 것들을 활용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취재 능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고질적 성차별 관념에서 나온 말이다"고 지적했다.

여기자회는 "수십만 시청자를 두고 누군가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당신들이 지는 책임은 무엇이냐. '죄송합니다' 사과 한마디와 영상 편집이면 되느냐"고 따진 뒤 "모든 기자의 명예를 회복할 방법을 찾지 않는 이상 이 사태를 두고 보지 않겠다"고 법적 조치 등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