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랭지 쪽파 파종 등 밭일을 하기 위해 내외국인 근로자를 태우고 이동하던 승합차가 뒤집어져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22일 오전 7시 33분쯤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명 ‘석개재’ 인근 지방도에서 15인승 그레이스 승합차가 왼쪽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후 전복됐다. 이 사고로 운전자 강모(61·여)씨와 정모(61·여)씨, 태국 국적 30∼40대 남녀 2명 등 4명이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또 3명은 중상, 나머지 6명은 경상으로 치료 중이다.

사고 차에는 내국인 9명을 비롯해 외국인 7명 등 16명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사고 직후 외국인 3명은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자들은 이날 오전 1시쯤 충남 홍성의 인력시장을 출발해 삼척으로 밭일을 하러 가던 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그레이스 승합차는 최대 정원이 15명이며 도로교통법상 정원의 10% 정도는 초과 탑승이 가능해 정원초과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은 차가 전복되면서 차체 일부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고, 지붕과 바닥이 크게 눌려 참혹했다. 사고차는 나무에 걸려 더 추락하지 않았지만, 뒤집힌 채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네 바퀴가 하늘로 향한 차 밑에는 일부 근로자들이 깔려 있었고, 차 밖으로 나온 근로자들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구조를 기다리는 외국인 부상자는 119구조대가 도착하자 서툰 한국말로 “아프다. 아파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경찰은 삼척 가곡 방향의 내리막 우회전 구간에서 운전자가 차를 통제 못 하고 사고 지점 20m정도 옹벽에 부딪치며 내려가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삼척 가곡면은 양파 농사를 많이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며 “충남 홍성에서 이날 새벽 출발한 승합차가 5시간을 넘겨 달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