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가수 정준영(30)씨와 최종훈(29)씨가 첫 정식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두 사람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40분가량 진행된 재판 동안 고개를 숙인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판사 강성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정씨와 최씨 등 5명에 대한 첫 번째 정식재판을 진행했다. 두 사람이 구속된 지 각각 117일, 68일 만이다.

이날 정씨 측은 카카오톡 대화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내용이나 그것에 기초한 진술 증거들이 대부분”이라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대화 내용이 처음 수사 기관에 이르는 과정에 있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다분히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씨 측 변호인은 재판 전 “수사가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따라 진행된 것이니 피고인들의 조서나 피해자들의 조서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2차 파생 증거로, 증거능력이 배제돼야 한다”는 의견서도 재판부에 제출했다.

경찰은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을 수사하던 중 빅뱅 승리(이승현)와 정씨, 최씨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정씨가 유포한 불법 성관계 동영상과 집단 성폭행 관련 사진 파일 등을 확보했고,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씨 측은 동영상 촬영·유포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집단 성폭행 혐의는 부인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준강간(성폭행)을 계획한 사실이 전혀 없고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직접 발언 기회를 얻은 정씨도 “변호사가 말하는 것과 입장이 같다”고 진술했다.

최씨도 강압적인 성관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씨 변호인은 “다른 피고인 중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피해자와 최씨의 관계나 당시 술자리에 참석한 경위 등을 고려하면 최씨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한 것은 아니다”고 변론했다. 최씨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절대 강압적으로 강간하거나 간음하지 않았다. 계획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2015~2016년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성관계 동영상 등을 카카오톡 집단대화방 등을 통해 총 11차례 지인들에게 공유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최씨 등과 함께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 3월 대구에서 집단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