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세포 혼입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코오롱생명과학(이하 코오롱)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가 시장에서 공식 퇴출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일 인보사 주성분에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와 다른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인보사 품목허가를 오는 9일자로 취소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행정처분 사유로 "인보사 주성분 2액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님에도 연골유래세포로 품목허가를 신청해 허가받았다"며 "허가 내용과 달리 안전성·유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신장유래세포가 포함된 의약품을 제조·판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주사액으로 2017년 7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2액의 형질전환 세포가 허가 당시 기재한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5월 28일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제조사인 코오롱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식약처는 지난달 18일 코오롱을 상대로 청문을 진행했지만 기존 취소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오롱 측이 청문에서 허가 취소를 반박할 만한 자료를 내놓거나 소명을 하지 않고 향후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허가취소 확정 사유와 지난 5월 취소 발표 시 내용 사이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식약처는 5월 발표 때 코오롱이 자료를 허위 제출했다고 했지만 이날 취소처분 사유에는 '허위사실 고의 기재'가 담기지 않았다. 취소 이유로 허가 때 제출한 자료에 없는 다른 세포가 들어갔다는 점만 명시했다.

세포가 바뀐 경위에 대해 식약처가 코오롱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식약처 측은 "고의로 무허가 세포 혼입 사실을 은폐했는지는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반면 식약처는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 부족에 대해 공식적으로 처음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그동안 세 차례 발표를 통해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명확한 근거 없이 취소 사유로 들었다"며 "직권취소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위험성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로 코오롱은 오는 9일부터 향후 1년간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재신청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코오롱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강동 경희대의대병원 등이 얻은 인보사에 대한 임상시험 계획 승인도 같은 날로 취소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품목허가를 제조사가 자진 취하하면 다음날부터 품목허가를 다시 신청할 수 있지만 허가 취소를 받으면 1년간 재신청이 제한된다"며 "재신청을 한 뒤 임상시험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식약처의 허가 취소처분에 대해 코오롱 측은 고의성이 없었다는 기존 입장과 함께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코오롱은 보도자료를 통해 "인보사 2액에 신장세포가 들어간 것은 착오였고, 이를 모른 채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았다"며 "식약처가 주관한 모든 임상시험을 동일한 세포로 진행해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객관적으로 검증받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코오롱은 고의적인 조작이나 은폐가 없었다는 소명에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취소했다며 유감 표명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미국 현지법인인 코오롱티슈진은 미국에서 중단된 임상 3상 재개를 위해 조만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해명자료를 제출하기로 했다. 코오롱 측은 "외부 공인기관의 검증이 늦어져 FDA에 임상 자료 제출이 미뤄지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임상 재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FDA 직원들의 7~8월 여름휴가 일정 등을 감안하면 자료를 내더라도 FDA의 임상 재개 여부 결정은 9월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편 검찰은 인보사 사태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초 인보사 개발·판매에 관여한 코오롱생명과학 본사와 코오롱티슈진 한국지점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2일에는 코오롱티슈진 임원을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