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최초의 민선 대통령으로 재임 중 쿠데타로 실각한 뒤 2013년부터 수감생활을 해 온 무함마드 무르시(사진) 전 대통령이 재판 도중 쓰러져 사망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카이로의 법원에서 간첩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고 이집트 국영매체 알아흐람이 전했다. 이집트 검찰은 성명을 내고 “무르시가 재판 종료 직전 진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 5분간 진술을 한 뒤 감금장치로 돌아갔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에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무르시는 이집트 최대 이슬람 조직으로 반세속주의, 코란 중심주의를 표방하는 무슬림형제단 출신 정치 지도자다. 1951년생인 그는 1982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30년 독재가 종식되고 이듬해 6월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보수적인 이슬람 정책과 경제실적 악화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고, 집권 1년 만인 2013년 7월 압델 파타 엘시시 현 대통령의 군부 쿠데타로 권좌에서 축출됐다.

야인이 된 무르시는 줄곧 수감생활을 하며 탄압을 받았다. 그는 2011년 시민혁명 당시 교도소를 탈옥하고 경찰을 공격한 혐의로 사형을, 이란 혁명수비대 등 외국 조직과 공모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나중에 사형과 무기징역형은 번복됐으나, 다른 혐의들로 25년형과 15년형이 각각 추가됐다. 그의 지지자들과 무슬림형제단도 엘시시 정권 하에서 같이 탄압받았다.

사후 그의 시신에서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들은 그가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오랜 독방 생활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그가 당뇨병과 양성종양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엘시시 정권이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적,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앰네스티도 무르시의 사망과 가혹한 구금 조건에 대한 긴급 조사를 요청했다.

무르시의 아들은 “2013년 이후 단 세 번만 가족 면회가 허용됐다”며 “정부가 아버지 시신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지 않고 있으며, 어디 묻힐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슬림형제단과 가까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알라가 우리 형제 무르시, 우리 순교자의 영혼에 안식을 주시기를”이라며 무르시의 죽음이 이집트의 ‘폭군’ 때문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 무슬림형제단이 전세계 이집트 대사관 앞 시위를 촉구하면서 이집트와 중동 정세에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