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더 강화했다. 대북 제재 고삐를 한층 더 당기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되는데, 향후 북미 대화 재개 여부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불법 환적 단속에서 나아가 북한에 실질적인 경제적 타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과거 김정일 정권 자금줄을 직접 겨냥했던 2006년 뱅코델타아시아(BDA) 제재 사태 수준의 압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북한은 1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의 선박 억류 조치에 대해 "새로운 조미(북미) 관계 수립을 공약한 6.12 공동성명의 기본 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불법무도한 강탈행위"라고 강력 비난했다.

이어 "미국의 이번 처사는 '최대의 압박'으로 우리를 굴복시켜보려는 미국식 계산법의 연장"이라며 "미국은 저들의 날강도적인 행위가 향후 정세발전에 어떤 후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를 숙고하고 지체 없이 우리 선박을 돌려보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의 이번 압류 조치는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잇따라 사실상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미국은 북한산 석탄 반출 등 제재 위반 혐의로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에서 와이즈어니스트호를 억류했으나 이후 별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인 9일(현지시간) 압류에 착수했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이후 지난 11일 미국령 사모아로 옮겨졌다.

1만 7000톤급 와이즈어니스트호는 북한 최대급 화물선 중 하나다. 북한 최대 수출품인 석탄의 육로 수출이 국제 사회 대북제재로 거의 막힌 상황에서 이 정도 규모의 대형 선박을 빼앗긴 것은 북한에게 상당한 경제적 손실일 수 있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미국의 조치에 대해 "제재의 끈이 풀리게 두지 않고 계속해서 압박하겠다는 한단계 진전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며 "북한 거시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더라도 금액 이상의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압류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체 행위에 대해 "신뢰 위반이 아니다"며 사실상 묵인한 것과 대비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이중적 태도는 대화 의지를 재확인해 북한을 다시 테이블로 유인하는 동시에 제재 이행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결국 양보를 압박하는 의미가 있다.

북한은 하노이 결렬 이후 "제재 완화에 목매지 않겠다"며 비핵화 상응조치로 체제안전보장을 먼저 요구하는 것으로 셈법을 바꾼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다만 이는 보다 민감한 '안전보장' 이슈를 부각시켜 결국 궁극적 목표인 '제재 완화'를 얻어내려는 의도로, 최근 잇단 미사일 발사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대화시한으로 설정한 연말까지 판을 깨트리지 않은 선의 저강도 도발을 통해 미국의 한계를 계속 시험하면서 협상력을 확대, 결국 제재완화를 관철시키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미국의 와이즈어니스트호 압류 조치는 제재 완화 불가와 확고한 제재 이행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하고 나아가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시 추가 제재를 포함 북한에 대한 경제적 봉쇄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경고일 수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번 압류 조치가 향후 북미 대화의 중대한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VOA에 이번 압류 조치가 북한의 실질적인 경제적 손실을 노렸다는 점에서 BDA 제재와 비슷할 수 있다며 앞으로 국면에서 중요 터닝포인트(전환점)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북한정권 돈줄을 직접 조이는 조치를 취하면 협상재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BDA 제재가 부과되자 6자 회담에 복귀했고 이후 2007년 단계적 비핵화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미국과 BDA 제재 해제에 합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