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정치인들을 상대로 한 ‘채용비리’와 ‘쪼개기 후원’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KT가 정치권과 고위 공무원 출신 인사 등 14명에게 고액의 급여를 주고 각종 로비에 활용했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됐다. KT는 “정상적으로 고문 계약을 맺고 자문을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2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KT 경영고문’ 명단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KT는 2014년 1월 황창규(사진) 회장 취임 이후 정치권 인사 6명, 퇴역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 등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업계 인사 2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해 총 20억원 상당의 자문료를 지급했다.

KT가 이들을 집중적으로 위촉한 시기는 2015년 전후로 유료방송 합산규제법과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 회장의 국감 출석 등의 현안이 몰려있던 때다.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의 정책특보, 재보궐선거 선대본부장, 비서관 등을 각각 지낸 측근 3명이 포함됐다. 홍 의원은 당시 KT 등 이동통신사 소관 상임위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었다.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18대 대선 박근혜 캠프 공보팀장을 지낸 남모씨도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KT 경영고문으로 활동했다.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성범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매달 517만원을 받았다. 정치권 출신 고문들의 자문료는 매월 500만∼800만원에 달했다.

이 의원은 군 출신 경영고문들이 KT의 정부 사업 수주를 도운 정황도 제기했다. 이 의원은 “2016년 KT가 수주한 ‘국방 광대역 통합망 사업’ 입찰 제안서에 경영고문 남모씨가 등장하는데 그는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신참모부장, 육군정보통신학교장 등 군 통신 분야 주요 보직을 거친 예비역 소장”이라며 “당시에도 KT가 남씨를 앞세워 750억원짜리 사업을 수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KT와 직접적 업무 관련성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안전처, 행정안전부의 고위 공무원 출신들도 경영고문에 위촉됐다. 이 의원은 “KT가 각종 로비의 대가로 정치권 인사를 ‘가장 취업’시켜 유·무형의 이익을 제공했다면 제3자 뇌물교부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T 측은 이에 대해 “관련 부서의 판단에 따라 경영상 도움을 받기 위해 정상적으로 고문 계약을 맺고 자문을 받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검찰은 황 회장 등 KT 전·현직 임직원들의 ‘쪼개기 후원’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서울남부지검)이 최근 KT가 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딸을 부정채용했다는 ‘채용 비리’ 사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두 사건 간 접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날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김유철)는 최근 이해관 KT새노조 대변인과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을 진정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KT 임직원들이 정치권에 불법으로 제공한 후원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KT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지난 1월 경찰에서 넘겨받은 황 회장 등 전·현직 임직원 7명의 정치자금법 위반·업무상횡령 혐의 수사기록을 검토 중이다. ‘상품권깡’으로 비자금 11억원을 조성해 이 중 4억300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 등 99명에게 후원한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