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1월18일, 동해항을 떠난 현대금강호가 19일 오전 북한 장전항에 닻을 내렸다. 남북 분단 후 처음으로 관광객이 금강산을 오르는 장면이 연출됐고, 당장에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평화 분위기가 한반도를 휘감았다.

남과 북의 화해기류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7월11일, 금강산을 찾은 남측 관광객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정부는 이틀 뒤인 13일 관광철수조치를 내렸다. 역사적인 첫 출항이 시작된 지 3525일 만에 금강산관광은 중단됐고, 남북관계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남북화해의 상징적인 사업인 금강산관광이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는 18일 금강산 현지에서 공동으로 금강산관광 2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북한에서 금강산관광 기념행사가 열리는 것은 2014년 16주년 행사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행사의 공식 명칭은 ‘금강산관광 시작 20돐 기념 남북공동행사’다. 돐은 ‘해마다 돌아온다’는 뜻을 가진 ‘돌’의 북한식 표현이다. 금강산문화회관에서 1박 2일간 열리는 이번 행사는 기념식수와 축하공연, 만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19일에는 금강산 현지 참관이 예정돼 있다.

현정은 회장 등 현대그룹 임직원 30여명과 정계, 전직 고위관료, 종교계 등 100여명이 이 행사 참석을 위해 방북했다. 현 회장은 이로써 올해에만 세 차례 북한을 찾았다.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등 현직 여야 국회의원 6명과 임동원·정세현·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 전 장관 4명,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이번 방북에 합류했다. 대한불교 조계종과 금강산투자기업협회, 한국관광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현대아산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단체관계자도 포함됐다. 북측에서는 아태 관계자 등 80여명이 모습을 보였다.

현 회장은 방북 일정을 마치고 19일 입경하면서 금강산관광 20주년 행사 소감과 결과 등에 대해 밝힐 계획이다.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지난 1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이 만나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백두산관광까지 실현되길 희망한다는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금강산관광 재개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효한 가운데 북·미 협상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10년간 중단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준비작업도 필요한 상태다. 통일부 당국자가 이번 행사와 관련해 “사업자 차원의 순수 기념행사로 금강산관광 재개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의 왕래 가능성은 작지만 금강산에서 남과 북의 만남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남북은 이달 중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금강산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또 남측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가 금강산에서 공동행사를 열기로 약속한 바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금강산관광으로 민간차원의 본격적인 남북교류 확대가 시작됐고 이를 통해 남북 신뢰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며 “10년간 금강산관광이 중단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사적인 소명의식을 갖고 묵묵히 준비해 온 만큼 조속히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