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9일 한글날을 전후하여 최초의 우리말 사전인 <조선말 큰사전>이 일제하에서 어떻게 편찬이 시작되었는가를 1947년 10월 10일자 '독립신보'를 통하여 알아본다.

<조선말 큰사전>은 1930년 10월 28일 훈민정음반포 484주년 기념식이 끝난 그 자리(서울수표동)에서 조선어 사전 편찬회를 조직하게 되었으니 이 모임이 <조선말 큰사전>을 이루게 한 자리였던 것이다. 동편찬회는 위원장외 32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사무실은 수표동의 조선 교육협회안에 조그마한 방을 빌려 그 이듬해 1월 1일 부터 역사적인 사업을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 후 한두해 동안은 사업도 빨리 진행되었으나 곳이어 곤란을 당하게 되었으니 그 첫째는 맞춤법이다. 18위원이 3년동안 발분망식의 노력으로 493주년 한글날에 <한글맞춤법통일안>을 겨우 발표 하고 한편으로 조선어 표준말 사정위원회에서는 1935년 조선어 표준말모음을 발표하게 되고 또 거의 10년간이나 걸려 제정하게 된 외래어 표기법통일안을 1937년에 발표하게 되었으니 사전편찬의 기초 공사가 이에 거의 완성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일제의 탄압리 날이 갈수록 심하여 1941년 봄에 사전원고의 일부를 대동인쇄소에 넘겨 백여페이지의 조판을 완성하였을때 조선어학회는 일제에 의해 1943년 10월 회원 대부분이 함남홍원경찰서로 잡혀가게 되었다고 한다. 회원이 검거되자 모든 문서와 사전원고까지도 증거물로 경찰서로 가져갔다는 것이다. 그때 함흥형무소의 원혼이 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재판을 받은 열두사람 가운데 최후까지 남아있던 사람들이 제 1심에 불복하고 상고하게 되어 사전원고도 서울로 보내지게 되었는데 몇일이 못되어 8.15해방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방은 되었으나 사전원고를 찾지 못해 헤매다가 그해 9월 8일 서울역 창고에서 어렵게 사전원고를 찾게 되었으니 20년 쌓은 공이 헛되지 않게 함은 하늘의 도움이라고 했다.

편찬위원들은 다시 모여 수정과 보충에 전염하기 3년이 되어서 그 첫째권을 세상에 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 사전은 앞의 조선말 큰사전 편찬에 힘써온 이윤재(李允宰)의 유작으로 아문각(雅文閣)에서 한글반포 501주년 기념일을 맞아 발행했다고 한다.

그 날의 식순을 보면 기념사-최현배, 조선말큰사전경과-정인승, 조선말 큰사전 발행사- 이 극토로 되어있다. 만일 해방이 되고 서울역 창고에서 사전 원고를 찾지 못했다면 해방이후의 한글 정책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다시 사전원고를 집필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해방당시는 우리국민들 중 한글을 모르는 문맹자가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조선어사전이 한글공부에 기준이 되고 사전으로 인해 표준어의 체계도 잡히게 되었다.

李善憙 (주필, 대한언론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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